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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일기

K-CDI와 덴버 검사 후기, 그리고 베일리 검사 준비

아이의 발달 상태를 점검해보고자 인천시육아종합센터에서 진행하는 고고고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이번에 선택한 검사는 정밀검사와 집중 치료로, 아이의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란 기대감과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첫 방문을 앞두고 잠자리도 뒤숭숭했고, 초보운전으로 가는 길이어서 불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는 데 대한 기대도 커서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하루였습니다.

센터 방문과 검사 준비
센터에 도착해서 조금 일찍 도착한 덕에 한 바퀴 돌아보며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먼저 K-CDI 검사 결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어서 덴버 발달 선별 검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검사는 아이의 발달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특히 신체 운동, 언어, 개인-사회성, 적응 능력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아이의 발달 상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아이는 원래도 조심스럽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회피 성향이 있는 편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잘 응하지 않으면서 점점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듯했습니다. 그림 그리기에서는 일직선이나 동그라미조차 그리지 못했고, 빨간색을 선택해 달라거나 물건을 특정 위치에 넣어보라는 요청에도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하나하나 미션을 실패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마음속에서 불안이 커져갔고, “오늘은 좋은 결과를 듣기는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덴버 발달 선별 검사 결과와 진단

한국형 Denver 검사지


덴버 검사는 영유아의 발달 상태를 평가하는 데 주로 사용되는 검사로, 신체 운동, 언어, 개인-사회성, 적응 능력 등 네 가지 영역에서 발달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합니다. 검사 결과는 ‘정상,’ ‘주의,’ ‘지연’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뉘는데, 저희 아이는 언어 지연 외에도 미세 운동과 적응 능력 영역에서 지연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결과에 따라 선생님께서는 총 8회의 집중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 주셨습니다. 언어 치료는 이미 받고 있으니 이번에는 놀이 치료를 추가로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검사 중 아이가 보여준 몇 가지 특징과 더불어 지연된 영역이 있으니 발달 검사를 추가로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해 주셨고, 병원 예약을 추천하셨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다른 부모님들의 후기를 찾아보니, 대개 베일리 발달 검사를 추가로 진행하신 경우가 많아 저도 베일리 검사를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베일리 검사는 영유아 발달을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검사로, 아이의 인지 발달, 언어 발달, 운동 발달, 사회적-정서적 발달, 적응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각 발달 영역별로 점수를 산출하고, 이를 통해 연령에 맞는 발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발달 지연이나 문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마로서의 반성과 새로 깨달은 사실들


사실 그동안 아이가 말이 조금 느릴 뿐, 인지 발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믿어왔습니다. 초기에 방문한 발달 센터에서 아이의 인지 수준이 높다며, 말만 터지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들었기 때문에 그 말을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듣고 싶은 말이었기에 그대로 믿고 싶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시키면 잘 하지 않는 것 역시 아이의 성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 검사를 통해 보니 실제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던 부분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부모님의 후기를 찾아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20개월 이전에 발달 지연을 인지하고 치료를 시작해 빠르게 정상 발달로 돌아온 경우도 있었고, 더 일찍 개입했어야 했다는 반성도 느껴졌습니다.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게으름으로 인해 아이의 발달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건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부모님은 잘 모르셨을 수 있어요.” “기능 자체는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말을 잘 한다고 해서 모두 자폐 스펙트럼에 해당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등의 말씀을 하셨고, 어쩌면 자폐 스펙트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씀이 아니었을까 하는 불안도 들었습니다.

발달 지연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 계획
하지만 좌절만 하고 있을 시간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검사가 다행스러운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아이의 발달 상태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게 되었고, 적절한 치료 지원을 받게 되었으니까요. 선생님과의 대화 중에 첫 번째와 두 번째 발달 센터에서도 단순 지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는 점과 아이가 계속 함께 놀기를 원한다는 등등 자세히 대화를 나누면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는 말씀을 듣고 조금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왜 하필 선생님 앞에서만 유독 문을 열고 닫는 행동을 반복하고 질문에도 반응을 잘하지 않았는지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성향일 수 있고, 이번 검사를 통해 발달 상태를 점검할 수 있었던 만큼 이를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차후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받는 것이 맞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베일리 발달 검사와 추가 계획


베일리 발달 검사는 24개월까지는 최대 3회까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하며, 이후 24개월에서 42개월까지는 연 1회 적용이 가능합니다. 만약 발달 수준이 42개월 미만일 경우 그 이후에도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주변 병원을 알아보니 인하대병원이나 가톨릭 인천 성모병원 등 몇몇 재활의학과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12월에 한번 검사를 받아보고, 이후 42개월이 되기 전에 다시 한번 검사를 받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동안 언어치료의 효과가 눈에 띄면서 마음을 놓았었지만, 이번 검사 결과로 마음에 다시 무거운 돌덩이가 얹힌 느낌입니다. 그렇지만 이를 계기로 더 종합적인 발달 평가와 개입의 필요성을 깨닫고, 앞으로도 아이와 함께 꾸준히 성장해 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